덧셈 회로는 덧셈을 하고, 주판은 셈을 합니다. 그런데 ‘계산한다’는 것은 정확히 무엇일까요? 이 질문에 답하려면 한 수학자의 아이디어부터 살펴봐야 합니다.
영국의 앨런 튜링이 1936년에 발표한 ‘계산 가능한 수’라는 논문에서 제안한 튜링 머신이 바로 그 출발점입니다.

튜링이 이 개념을 제안한 배경에는 당시 수학계의 중요한 문제가 있었습니다. 다비트 힐베르트가 제기한 무시무시한 이름의 ‘결정 문제(Entscheidungsproblem)‘는
주어진 수학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기계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?
라는 질문이었습니다. 튜링은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습니다. 어떤 기계적 절차로도 판단할 수 없는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. 튜링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‘계산이란 무엇인가’를 정의해야 했습니다. 그가 택한 방법은 계산을 수행하는 가상의 기계를 설계하고, 이 기계가 수행할 수 있는 것이 곧 계산이다라고 정의하는 것이었습니다. 이 기계가 바로 튜링 머신입니다.
튜링 머신은 세 가지로 구성됩니다:
아래는 테이프의 각 비트를 반전시키는 튜링 머신입니다. 재생 버튼을 눌러 동작을 확인해봅시다.
| 현재 상태 | 읽은 기호 | 다음 상태 | 쓸 기호 | 이동 |
|---|
초기 상태: q0 / 정지 상태: q_halt / 빈 칸: _ / 실행 전 테이프 클릭으로 값 수정 가능
규칙 세 줄만으로 비트 반전이 가능합니다. 그렇다면 더 복잡한 계산은 어떨까요? 아래는 이진수 덧셈을 수행하는 튜링 머신입니다. 1112 + 102 = 10012가 계산되는 과정을 확인해봅시다. 규칙이 복잡해 보이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.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 규칙의 내용이 아니라, 읽고 쓰고 이동하는 단순한 동작의 반복만으로도 덧셈이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. (규칙 출처)
| 현재 상태 | 읽은 기호 | 다음 상태 | 쓸 기호 | 이동 |
|---|
초기 상태: q0 / 정지 상태: q_halt / 빈 칸: _ / 실행 전 테이프 클릭으로 값 수정 가능
읽기, 쓰기, 이동. 이 단순한 동작의 반복만으로 덧셈까지 가능합니다. 튜링의 통찰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: 이 단순한 기계로 계산 가능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. 하지만 이대로면 여느 도구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. 비트를 반전시키거나 덧셈을 하는 특수한 도구일 뿐입니다. 기계는 그대로 두고 규칙만 바꿔 끼우는 방법은 보편 튜링 머신에서 다룹니다.